PART II — GAME
2.5호혜성 — 보이지 않는 채권과 채무
법과 계약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인간은 은혜를 갚는다. 이 아름다워 보이는 성향의 실체는, 받는 순간 자동으로 적재되는 부채다.
변수 R(Reciprocity, 호혜성)을 정의한다.
1. 메커니즘 — 공짜 선물은 없다
모스의 『증여론』(1925)은 여러 문명의 기록에서 같은 구조를 찾아냈다. 선물에는 주어야 할 의무, 받아야 할 의무, 그리고 갚아야 할 의무가 따라붙는다. 받기만 하고 갚지 못한 자는 관계에서 아래에 서고, 이 부담을 견디지 못해 인간은 되갚는다. 트리버스(1971)는 같은 성향을 진화의 언어로 설명했다 — 서로 갚는 개체들의 연합이 갚지 않는 개체보다 살아남기 유리했다는 것이다(진화적 유비의 성격을 갖는 설명이다).
2. 관계식
수혜 → 부채_심리 적재 → 상환 행동.
이 사슬은 수혜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작동한다. 원치 않은 호의조차 부채로 적재되기 때문에, 호의는 순수한 증여이면서 동시에 구속의 기술이 될 수 있다.
3. 환원 검사 — 이것은 독립 변수인가
R은 다른 변수의 조합처럼 보이기도 한다. 갚지 않으면 평판을 잃으니 손실 회피(L)가 아닌가, 다음 거래를 위한 계산이니 반복 게임(T)이 아닌가.
환원을 시험해 보면 잔여가 남는다. 다시 볼 일 없는 익명의 상대에게 받은 호의에도 갚으려는 충동은 관측된다 — 평판도 다음 회차도 없는 자리에서다. 일회성 익명 실험들에서도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행동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보고가 이 잔여를 가리킨다. 평판과 반복이 이 성향을 증폭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소진되지 않는 몫이 있어 R은 독립 좌표를 유지한다. (이 검사 자체가 이 책의 규율이다 — 기존 변수로 설명되는 것에는 새 좌표를 주지 않는다.)
4. 동형성 — 같은 변수, 네 개의 무대
포틀라치 — 재산을 쏟아부어 나눠 주는 북미 연안 부족들의 축제. 더 크게 갚지 못한 쪽이 아래에 서는, 선물로 치르는 서열 전쟁.
조공과 책봉 — 변방이 특산물을 바치면 중심은 더 값진 하사품으로 되갚던 전근대 동아시아의 질서. 일방적 상납이 아니라 부채를 순환시키는 위계의 유지 장치.
부조 장부 — 경조사에 오간 금액을 집집마다 적어 두는 관습. 갚음이 의무임을 모두가 알기에 장부가 성립한다.
무료 증정 — 시식, 샘플, 체험판. 대가 없이 건네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상업적 호의는 수혜자의 마음에 잔액을 적재한다.
5. 설계에 적용하기
협력과 충성을 원하는 설계자에게 이 변수는 순서를 가르쳐 준다. 먼저 주라 — 요구하기 전에, 기대보다 크게. 초과 제공이 적재한 부채는 규정이 강제하지 못하는 자발성으로 돌아온다.
동시에 경계도 같은 자리에 있다. 받는 쪽에 선 사람은 자문할 것 — 이 호의는 증여인가, 적재인가. 갚을 수 없는 규모의 호의는 선물이 아니라 목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