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 — PARTICLE
1.4지위 민감성 — 상대 격차의 보상 함수
전근대의 군주보다 오늘의 평범한 개인이 더 오래 살고, 더 따뜻하게 자고, 더 다양한 것을 먹는다. 그런데 오늘의 평범한 개인은 자신을 군주라고 느끼지 않는다. 풍요의 절대량이 늘어도 만족이 따라 늘지 않는 이유가 이 변수에 있다.
변수 D(지위 민감성, Status Sensitivity)를 정의한다.
1. 메커니즘 — 절대량이 아니라 격차
인간의 보상 회로는 가진 양이 아니라 남과의 차이에 반응한다. 페스팅거의 사회 비교 이론(1954)이 짚은 대로, 인간은 자신을 평가할 절대 기준을 갖고 있지 않아서 늘 곁의 타인을 잣대로 쓴다. 소득 만족이 절대 소득보다 준거 집단 대비 상대 소득을 따라간다는 관측도 같은 축 위에 있다.
서열이 있는 영장류 무리에서 상위 개체가 먹이와 짝짓기 기회를 먼저 가져갔다는 사실이 이 민감성의 배경으로 흔히 제시된다(진화적 유비다). 기원이 무엇이든, 격차에 반응하는 회로는 풍요가 아무리 쌓여도 꺼지지 않는다.
2. 관계식과 경계
Reward = f(내 위치 − 준거 집단의 위치). 절대량은 이 함수의 입력이 아니다.
따라서 모두가 같은 만큼 풍요로워지는 변화는 이 회로에 아무 신호도 주지 못한다. 전원이 왕처럼 사는 세계에서는 아무도 왕이 아니다.
경계를 하나 긋는다. D는 욕구다 — 서열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은 관객이 없어도 작동한다(혼자서도 순위표를 열어 본다). 그 서열을 남에게 증명하는 일은 상대가 있어야 성립하는 게임이고, 다음 챕터의 Sig가 맡는다. 욕구는 입자의 층위에, 증명은 게임의 층위에 둔다.
3. 동형성 — 같은 변수, 네 개의 무대
궁정 의전 — 앉는 자리, 걷는 순서, 부르는 호칭까지 서열을 새겨 넣은 규약. 격차를 가시화하는 것 자체가 통치 기술이었다.
사치 금지법 — 신분보다 화려하게 입는 것을 법으로 막았던 여러 문명의 기록. 아래가 위를 흉내 낼 만큼 이 회로가 강했다는 반증이다.
석차와 훈장 — 같은 일을 해도 순위와 서훈이 붙는 순간 동기의 질이 바뀐다. 제도가 격차를 제조해 회로를 구동하는 방식.
계량된 평판 지표 — 팔로워·구독·조회처럼 서열을 실시간 숫자로 환산한 동시대 장치들. 비교 대상을 곁의 이웃에서 전 세계 상위권으로 바꿔 기준점을 끌어올렸다.
4. 설계에 적용하기
순위표 하나가 보상 예산 전체보다 강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 이 변수를 아는 설계자는 격차를 보여 줄지, 감출지, 어느 준거 집단과 비교하게 할지를 의식적으로 고른다. 전체 순위는 상위권만 뛰게 하고 나머지를 꺼뜨리기 쉽고, 어제의 나와 비교시키는 설계는 같은 회로를 덜 잔인하게 구동한다.
비교 대상을 정해 주는 자가 만족과 불행의 눈금을 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