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 — PARTICLE
1.1인지 비용 — 샘플링과 시나리오
인간이라는 개체를 이해하는 첫 열쇠는 도덕도 이성도 아니고 에너지 회계다. 뇌는 체중의 2% 남짓이면서 전체 에너지의 20%가량을 소비하는 고비용 기관이다. 이런 기관의 최우선 과제는 진리 탐구가 아니라 연산의 절약이다.
코어의 첫 변수, C(Cognitive Cost, 인지 비용)를 정의한다.
1. 메커니즘 — 인지적 구두쇠
사회심리학은 인간을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 불렀다(피스크·테일러, 1984). 카너먼은 같은 구조를 두 시스템으로 정리했다 — 빠르고 값싼 직관과, 느리고 비싼 숙고. 두 정식화가 공유하는 골자는 하나다. 뇌는 정확한 답보다 값싼 답을 기본값으로 삼고, 비싼 연산은 어쩔 수 없을 때만 켠다.
이 절약 본능이 켜고 끄는 스위치는 이 책의 거의 모든 챕터에서 다시 등장한다. 그래서 C가 첫 좌표다.
2. 두 가지 해법 — 샘플링과 시나리오
불확실성 앞에서 뇌가 고를 수 있는 길은 둘이다. 이 책은 이 둘을 고유 용어로 고정한다.
샘플링(Sampling) —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직접 부딪혀 단서를 얻고, 틀리고, 다시 시도하며 스스로 길을 만드는 탐색. 인지 비용이 크고 실패 위험이 붙는다. 새로운 지식과 가치는 대체로 여기서만 나온다.
시나리오(Scenario) — 누군가 이미 샘플링을 끝내고 닦아 둔 길. 따라가기만 하면 되므로 비용이 0에 가깝고, 결과가 보장된 것처럼 보인다.
관계식은 단순하다. C_샘플링 ≫ C_시나리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시나리오를 산다 — 이 성향 자체는 병리가 아니라 합리적 절약이다. 문제는 거래의 방향이다. 시나리오를 파는 자와 사는 자 사이에, 이 책이 다룰 거래의 대부분이 놓여 있다.
3. 서사 — 가장 오래된 시나리오
통계와 논리는 데이터를 하나씩 연산해야 하는 고비용 형식이다. 반면 인과의 사슬로 묶인 이야기, 곧 서사는 수많은 사실을 한 덩어리로 압축하는 저비용 형식이다. C_논리 ≫ C_서사.
풀숲이 흔들린다, 포식자다, 달아난다. 확률을 계산하는 개체보다 이야기로 즉답하는 개체가 살아남기 쉬웠다는 설명이 이 편향의 기원으로 흔히 제시된다(진화적 유비다 — 직접 관측된 역사는 아니다). 기원이 무엇이든 결과는 지금도 관측된다. 인간은 파편화된 사실보다 앞뒤가 맞는 이야기를 더 쉽게 믿고 더 오래 기억한다. 논리는 조각조각 반박할 수 있지만, 서사는 통째로 삼켜진다.
4. 동형성 — 같은 변수, 네 개의 무대
신화 — 세계의 기원과 재난의 이유를 몇 명의 인물과 몇 개의 사건으로 압축한다. 설명할 수 없는 것에 값싼 인과를 공급하는 가장 오래된 장치.
교리와 계율 — "왜"를 묻지 않아도 되는 행동 규칙의 묶음. 개별 판단의 연산을 공동체가 미리 끝내 두었다.
관례와 격언 — "원래 그렇게 한다"로 전승되는 절차의 시나리오. 세대를 건너 압축된 지식이자, 때로는 낡은 채로 남는 부채.
기본값과 추천 — 고르는 일을 대신 골라 주는 동시대 인터페이스의 문법. 선택하지 않는 선택이 가장 값싸다.
무대는 계속 바뀌지만 팔리는 상품은 같다. 연산의 면제.
5. 설계에 적용하기
설계자에게 C는 양날의 도구다. 진입 장벽을 낮추려면 상대의 연산을 대신 끝내 줘야 한다 — 설명이 필요한 순간마다 이탈이 쌓인다. 반대로 상대를 깊이 이해시키려면 서사의 압축을 풀고 비싼 연산을 요구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원칙은 하나다. 상대가 지불할 인지 비용을 설계자가 먼저 계산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적용할 판별식이 하나 남는다. 지금 내가 따르는 이 길은, 내가 샘플링해서 얻은 것인가, 누군가 팔아서 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