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s · 사회

출산이라는 사치재

번식이 초고위험 샘플링이 된 시대의 합리적 기권

생명체는 생존과 번식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생물학의 첫 문장인데, 21세기의 가장 풍요로운 사회들에서 번식이 멈추고 있다. 정책 실패나 이기주의라는 익숙한 설명은 한 가지를 놓친다 — 환경이 나빠지면 번식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것은 자연계 전반에서 관측되는 조절 반응이라는 것. 문제는 무엇이 "나쁜 환경"으로 계산되고 있는가다.

1. 양육이 초고위험 샘플링이 되다 — L·C

농경과 산업화 시기의 자녀는 노동력이자 노후 보장이었다 — 결혼과 출산은 사회가 깔아 준 안전한 시나리오였다.

계층 사다리가 좁아진 시대에 같은 선택은 성격이 바뀐다. 모든 자원을 쏟고도 결과를 보장받지 못하는, 되돌릴 수 없는 초고위험 샘플링. 손실 회피(L)로 세팅된 뇌에게 "아이가 나보다 아래 계급으로 밀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감당을 계산해야 하는 리스크이고, 리스크가 임계를 넘으면 합리적 응답은 게임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된다.

2. 기준점의 폭등 — D

여기에 비교 회로(D)의 기준점이 이동했다. 한 세대 전의 부모는 이웃과 비교했지만, 지금의 예비 부모가 매일 보는 피드에는 영어 유치원과 호캉스와 상위 1%의 육아가 일상처럼 흐른다.

"아이에게 해 줘야 할 최소한"의 심리적 기준점이 전 세계 상위권으로 끌려 올라간 상태에서, 그 기준을 감당 못 할 것이 뻔히 계산되는 다수는 시작 자체를 접는다. 낳지 않는 것이 무책임이 아니라, 폭등한 기준 앞에서의 책임감으로 경험되는 역설이 여기서 나온다.

3. 관측되는 분화

이 계산이 지속된다면 출산은 보편적 생애 단계에서 자원 증명의 성격을 띠는 쪽으로 이동한다 — 이미 다자녀가 일부 문화권에서 여유의 표식으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관측들이 있다. 리스크(L)와 비용(C)의 폭풍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호가 되는 구조다.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 멈춘 자리에는 본능의 고장이 아니라, 정확하게 작동한 계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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